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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벚꽃이 흩날리는 오후
2026.02.27
작성자
이나
[2] 벚꽃이 흩날리는 오후
봄의 절정은 벚꽃이 피어나는 며칠에 있다. 가지마다 터질 듯 피어난 연분홍
꽃잎은 평범한 거리마저 축제의 공간으로 바꿔놓는다. 사람들은 특별한 이유
없이도 카메라를 꺼내 들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잠시 걸음을 멈춘다. 벚꽃
아래에서는 누구나 잠시 시인이 된다.
하지만 벚꽃의 아름다움은 길지 않다. 바람이 한 번만 세게 불어도 꽃잎은
눈처럼 흩날린다. 그래서 더욱 선명하게 남는다. 붙잡을 수 없다는 사실이
오히려 그 순간을 또렷하게 만든다. 사람들은 흩날리는 꽃잎을 바라보며
각자의 시간을 떠올린다. 어느 봄날의 첫 만남, 누군가와 나눈 웃음, 혹은
조용히 지나간 이별까지.
벚꽃이 지는 오후, 길 위에는 연분홍빛 카펫이 깔린다. 그 위를 걷는 일은
마치 한 계절을 밟고 지나가는 일처럼 느껴진다. 우리는 안다. 아름다움은
영원하지 않지만, 그 순간을 충분히 바라보는 일은 가능하다는 것을. 봄은
’지금’을 살라고 말한다.
벚꽃은 매년 같은 자리에서 피지만, 우리는 매년 다른 마음으로 그 앞에
선다. 그래서 봄은 반복이 아니라 축적이다. 해마다 쌓이는 기억 위에 또
하나의 꽃잎이 내려앉는다. 그렇게 우리의 시간도 조금씩 깊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