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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봄비가 내리는 저녁
2026.02.27
작성자
이나
[3] 봄비가 내리는 저녁
봄비는 겨울비와 결이 다르다. 겨울비가 차갑고 날카롭게 스며든다면, 봄비는
부드럽고 낮은 소리로 내린다. 창문을 타고 흐르는 물줄기를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속 깊은 곳의 먼지까지 씻겨 내려가는 듯하다.
봄비는 서두르지 않는다. 잔잔하게, 오래도록 땅을 적신다. 그 사이에서
씨앗은 힘을 얻고, 나무는 물기를 머금는다. 눈에 보이지 않는 변화가 조용히
진행된다. 사람의 삶도 이와 닮아 있다. 겉으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듯 보여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무언가가 자라고 있다.
우산을 쓰고 걷는 저녁길, 가로등 아래로 빗방울이 반짝인다. 그 길을 걸으며
우리는 생각한다. 지난 계절의 고민과 불안이 이 비와 함께 씻겨 내려가기를.
봄비는 약속처럼 말없이 내리지만, 그 안에는 분명 위로가 담겨 있다.
비가 그친 다음 날, 공기는 한층 맑아진다. 나무는 더 선명해지고, 하늘은
깊어진다. 봄비는 떠난 뒤에야 제 역할을 증명한다.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